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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뇌동이와 부동이가 함께 사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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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동이와 부동이가 함께 사는 삶』


시끄러웠던 2주가 흘렀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마치 가을 하늘처럼 파랗고 하얗다.

진실, 비난, 찬반, 확증편향. 억울함, 겸손과 사회적 책임.
지난 2주간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단어들이다.

진실이 어떤식으로 왜곡될 수 있는지, 대중이 얼마나 쉽게 부화뇌동 하는지
또 진실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사실은 진실에 별 관심이 없다는 사실도 알았다.




경찰의 도움 덕분에 아이가 위험할 뻔한 고비를 넘겼다는 미담 제보는 경찰이 도움을 거절하여 아이가 위험할 수 있었다는 오해를 낳게 편집된 영상 뒤에 내 인터뷰가 붙으며, 경찰을 향한 나의 고마움의 표현은 순식간에 원망으로 바뀌었다.

전후 사정을 모르는 익명의 경찰관은 1시간이 넘는 먼 거리를 경찰의 에스코트를 요청한 내가 대통령이냐며 비난글을 올렸고 초호화 산부인과를 이용하려 119를 부르지 않고 경찰을 사적으로 이용하려 했다는 추측들과 해당 파출소장과 웃으며 별일 없이 마무리되었음에도 도움을 거절한 경찰이 징계처리되었다는 억측이 덧붙여지며,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자신을 숨긴 이들이 만든 자극적인 영상은 재 편집되어 수천 개의 악플이 달렸다.

추측과 억측은 진실이 되고 인터넷에서는 온갖 추정과 이해관계에 따른 찬반양론이 벌어졌다. 누군가는 나의 입장에서 또 누군가는 비난하는 입장에서... 나는 나의 의도와 관계없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후

“언론의 탐사보도를 통한 현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지적과 민원이 아닌 미담 제보를 했다는 경찰의 공식 답변이 있었고, 해당 경찰이 처벌받지 않았으며, 한 시간이 넘게 걸린다던 그 거리는 30분 내 거리라는 것이 밝혀졌어도. 확증편향에 사로잡힌 악플러들은 또 다른 내용으로 비난할 거리를 찾아 끊임없이 물고 늘어졌다.”

나와 경찰... 우리는 전후 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혹은 알면서도 침묵하는 여러 이해당사자들의 방관과 추측과 억측 속에 모두 피해자가 되어 버렸다. 누군가는 사실을 이야기해야 했지만... 무슨 얘기가 나오든, 사실이 밝혀지든 결국 또 다른 누군가의 희생을 필요로 했을 것이다.



‘갑질 기업인, 부산 에스코트 남’

와......
내 이름과 회사명이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한참 경찰을 비난하던 여론은 블라인드 익명게시판에 올린 경찰이 나를 비난하면서 그 화살은 내게로 향했고 곧이어 정의감(?)에 불타는 부지런한 사람들이 내 신상과 회사를 털었고 내 사진은 마치 마약한 연예인 사진 마냥 온 사방에 돌아다니며 네티즌 관상가들이 등장해 과학 이론을 덧붙여 내 외모에 대한 비난을 이어 나갔다. 내 모든 업적과 노력의 결과물들은 그들에 의해 펌하 당하며, 조롱거리로 인수분해 되어졌다.

회사엔 두 통의 항의 전화와 열다섯 통의 비난 메일이 왔다.
왜 이렇게 흥분했는지 궁금해서 그중 내 이름을 간절히(?) 부르며 가장 긴 글을 보낸 어떤 남자에게 전화를 했다.
진심으로 그에게 설명해 주고 싶었지만 전화를 받은 그는 ‘여보세요’라는 말 대신 한참을 말없이 들고 있길래. ‘여보세요’ 했더니 20대 초반의 앳된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내 신분을 밝히자 당황해하던 그는 놀라서 끊어버렸다. 실소가 나왔다.


사방에서 업무 제휴 문의가 몰아치고 내 이력과 회사의 히스토리를 확인한 여러 곳에서 강연과 멘토링 요청이 들어왔다.
급하게 재고가 소진되고 추가 생산에 들어가느라 공장이 분주해졌다.



사회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은 사리분별을 갖춘 이들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우리 첫째의 생애 첫 인형 선물인 포돌이 포순이도 여전히 침실에 건재하다.
많은 임산부들은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회사가 알려지며 새로운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신규 계약을 진행 중이고 그렇게 구하기 힘들었던 고급 개발 인력이 무려 3명이나 동시에 들어왔다.
누군가는 나를 먹잇감으로 삼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나와 일하기를 원했다.

인공지능으로 스마트시티의 범죄와 재난을 분석·예측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나는 졸지에 119, 112도 구분 못하는 바보가 되었다. 나름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체중이 7킬로 정도 빠진 덕분에 5년 전에 입던 바지를 다시 입을 수 있게 되었다.
‘악플 다이어트’라는 책을 내보면 어떨까...?

익명 뒤의 댓글은 끊임없이 비난할 거리를 찾았고 현실에서 만나는 이들은 세상이 미쳤다고 했다.
타인의 고통을 그저 물어뜯고 삼키며, 진실을 이해하려고도 알려고도 하지 않는 그들에게 진실에 관한 설명은 오히려 먹잇감이자 자양분이라는 사실을 알았기에 더 이상 말을 섞지 않았다.




유별나고 특별한 경험이라고 치부하기엔 이번 일을 통해 깨달은 것이 너무 많다.
임산부들이 감기환자 마냥 동네 병원에서 출산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 것도, 119를 타고 응급실에 가면 즉시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어쩌면 경험의 부재에서 나오는 선입견 일지도 모른다.

임산부들은 특권을 누리는 대상이 아니라 보호받고 배려 받아야 할 대상이라는 것을 알려고도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훗날... 그들은 나와 같은 상황이 되면 어떻게 행동할까?
당연하다 믿고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그 믿음을 배신했을 때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글을 쓰고 있는데 뉴스가 떴다. 강원도로 태교여행을 떠났던 산모가 양수가 터져 헬기로 200킬로 넘게 떨어진 병원으로 후송되었다는 뉴스다... 곧이어 댓글에는 왜 만삭의 산모가 태교여행을 갔느냐며 또 비난이 쏟아졌다.....)

내가 기업인이라는 이유로 영화 속 대기업 회장마냥 갑질 할 것이라 비난했던 이들은 사업하는 사람들이 늘 ‘을’의 입장이 되어 참고 또 참고 머리를 조아리고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할 것이다.



명예 회복?
떨어질 명예도 없는데 무슨 회복인가?
나는 우리 제품 중 가장 고가인 인공지능 모델을 임산부들에게 임신기간 동안 무상으로 대여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일부 데이터 비용은 사용자가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

임산부들이 위급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임산부에 특화 되도록 시스템을 수정중이다.

제품의 모델명도 정했다. "트리토나 에스코트"
몇 천이 들어갈지, 몇 억이 들어갈진 모르겠지만 이번일을 겪으면서 많은 응원 메시지를 보내줬던 임산부들을 위한 작은 보답이자 그들을 위한 나의 사회적 역할이다.

위기는 기회가 되고 누가 뭐라든 샤픈고트의 사회적 책임은 더 확대될 것이다.
끊임없이 누군가를 구하고 살리며, 세상을 바꾸어 나갈 것이다.

언젠가... 진실은 드러나겠지만
진실보다 중요한 건 나를 비난했던 사람들조차 내가 만든 시스템으로 그들과 그들의 가족을 위기에서 구하는 것이다.
그것이 가장 아름다운 복수(?)가 될 것을 믿는다.


나에게 일어난...
모든 일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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